제넥신 면역항암제 기대 커져, 성영철 연구개발 20년 노력 빛볼까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02-22 15: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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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넥신 면역항암제 기대 커져, 성영철 연구개발 20년 노력 빛볼까
▲ 성영철 제넥신 회장.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시장이 원하는 기술을 찾아야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을 해왔다. 

면역항암시장의 최근 흐름과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들어 항암제 개발은 효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병용연구가 대세인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약품으로 제넥신의 하이루킨이 주목받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제넥신의 면역항암제 '하이루킨'(GX-I7)을 놓고 블록버스터 면역관문억제제들과 병용치료 연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공격으로부터 암세포가 살아남기 위해 작동시키는 면역회피기전을 차단해 T세포가 암세포를 죽이도록 한다.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암에 효과가 있고 환자들의 장기생존율도 높다보니 전 세계적으로 주도권 전쟁이 한창이다.

문제는 단독으로 쓰이면 치료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면역관문억제제의 환자 반응률은 15~45% 수준이다. 대부분의 암 환자는 T세포 숫자가 적어 기대한 효능을 보이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이루킨의 경쟁력은 여기에 있다. 하이루킨은 T세포의 증식과 강화에 필요한 물질 '인터루킨-7'을 이용한 면역항암제다. 

인터루킨-7은 혈액에서 존재하는 시간이 짧아 지금까지 치료제로 개발되지 못했는데 제넥신은 여기에 약효 지속력을 키우는 원천 플랫폼 기술인 '하이브리드에프씨'를 결합해 효과를 연장했다.

성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지금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모두 T세포를 활성화하는 기전인데 T세포 수를 늘리는 면역항암제는 없다"며 “하이루킨은 T세포 자체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단독은 물론 다른 항암제와 같이 투여하는 병용요법에서도 효능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라젠이 최근 병용연구를 위해 하이루킨 임상에 투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최근 ‘빅파마’로 불리는 거대 제약사의 면역관문억제제와 다른 약물 사이의 병용연구를 위한 첫 기술계약 사례가 이뤄지기도 했다.  

세계적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는 최근 미국 제약기업 넥타의 단일 약물 NKTR-214(인터루킨-2)에 관해 최대 36억 달러(4조 원) 규모의 글로벌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다.

현재 면역관문억제제 대표주자는 BMS의 ‘옵디보’와 머크(Merck)의 ‘키트루다’인데 BMS가 머크를 따돌리고 1위를 굳히기 위해 이번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넥신은 머크의 움직임에 기대를 걸 수 있다. 머크의 키트루다는 옵디보와 비교해 병용하고 있는 면역항암제 수가 적다. 키트루다도 넥타의 인터루킨-2 와 병용연구를 하고 있었지만 넥타는 이미 BMS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루킨-2 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물질이 있다면 머크가 병용연구를 시작으로 향후 계약까지 체결할 수도 있는데 인터루킨-7은 인터루킨-2보다 안전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된다.

제넥신이 2016년 말 자궁경부암 백신과 키트루다의 병용요법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하는 등 머크와 우호적 관계라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허혜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루킨이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으로 공동 연구를 시작해 좋은 결과를 내놓는다면 제 2의 넥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면역관문억제제의 후발주자 빅파마들 역시 하이루킨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앞으로 하이루킨의 시장가치는 병용뿐 아니라 단독 임상시험에서 치료효과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단일 약제로서 치료 효과를 증명하지 않으면 병용투여 임상에 성공할 확률이 낮을 뿐 아니라 성공하더라도 묶어 팔아야 하기 때문에 시장가치가 낮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 회장은 올해 뇌암에 관해 하이루킨의 단독 임상1상을 추진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뇌암 종양은 면역세포에 내성이 없어 면역세포를 활용한 치료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질환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최근 식약처로부터 뇌암 등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 1b상을 승인받았다"며 "정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1차 임상은 마쳤고 고형암 등 후기 단계로 진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현직 포항공대 교수이기도 한데 당초 사업을 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제넥신에서도 2015년부터는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개발 중이던 에이즈 치료백신의 상업화 임상을 위해 1999년 제자들과 제넥신을 세웠지만 임상이 좌절되면서 20여 명의 직원을 모두 내보내는 뼈아픈 실패를 겪었다. 

이후 성 회장이 바이오산업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 하이루킨에 이용된 기술 하이브리드에프씨다.

성 회장은 새로운 기전의 신약보다는 기존의 약을 지속형으로 만드는 기술을 찾았다. 몸의 혈관 벽에 들어가 3주 정도 머무는 항체의 특성을 이용해 하이브리드에프씨를 개발했다. 

제넥신은 2009년 상장 이후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도 누적 기준으로 영업손실 146억 원을 냈다.

성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그동안 연구개발 성과를 흑자 전환의 밑거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제넥신은 설립 20년차를 맞아 사람으로 따지면 성년에 이른 만큼 독립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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